'마지막 공룡섬' 코모도, 쥬라기공원 프로젝트 논란

인니 정부, '10대 New 발리'... "공사면적 섬 4,000분의1" 학계·환경단체 "코모도왕도마뱀 유일 서식지 파괴"
'마지막 공룡들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이 개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연구 및 관광 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들지만, 생태와 자연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1년 완공 목표로 코모도국립공원 내 린차섬에 연구센터, 연구원 및 지킴이(ranger) 숙소와 안내소, 카페 등 관광시설을 짓고 있다. 트래킹 코스도 손 볼 예정이다. 현재 낡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코모도국립공원은 개발이 덜 된 관광명소를 발리처럼 육성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10대 뉴(New) 발리' 사업에 속한다. 공원 부근(라부안바조)은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회담 장소로도 꼽힌다. 

 이번 프로젝트 담당 건축가는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에 빗대 '인도네시아 쥐라기 관광'이라고 홍보했다. 최신 연구시설과 트래킹 코스가 들어서면 영화와 흡사한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코모도왕도마뱀이 공원 도처에 자유롭게 서식하는 모습을 현재도 와이(Y)자 막대기를 든 지킴이의 안내를 받으며 도보로 근접 관람할 수 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 탓에 멸종위기종인 코모도왕도마뱀의 유일한 서식지의 환경이 훼손되고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최근엔 출처와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사진 한 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되면서 반대 여론에 불을 당겼다. 코모도왕도마뱀 한 마리가 공사 트럭 앞을 지나가는 듯한 모습인데, 마치 1989년 중국 톈안먼시위 당시의 '탱크맨'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인도네시아판 톈안먼'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반대가 거세지자 공원이 속한 동(東)누사텡가라주(州)는 쥐라기 공원이 아니라 생태관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공사 면적은 섬 전체(198㎢)의 4,000분의 1 수준인 0.05㎢에 불과하고, 개체 수가 안정적인 코모도왕도마뱀을 공사 중에도 세심히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앙정부도 부두와 숙소 등 낙후되고 손상된 기반시설 교체, 연구센터 및 트래킹 코스 신설, 나무심기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화산 폭발로 생성된 코모도, 린차, 파다르 등 주요 섬과 26개의 작은 섬을 거느린 코모도국립공원은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2018년엔 관광객 17만6,000여명이 다녀갔는데 95%가 외국인이었다. 

현재 공사 중인 린차섬과 달리 코모도섬은 코모도왕도마뱀 보호를 위해 1년간 폐쇄 조치가 지난해 검토됐으나 취소된 바 있다. 공원에 따르면 코모도섬 1,300마리, 린차섬 1,000여마리 등 5개 섬에 코모도왕도마뱀 3,000마리 가량이 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취약동물로 분류한 코모도왕도마뱀은 언뜻 악어처럼 보이며 몸길이 평균 3m, 몸무게 100㎏ 안팎의 기괴한 풍채를 과시한다. 최근 380만년 전 화석이 발견되면서 공룡 후손 설에 힘이 실렸다. 

 한국일보 2020.11.1 기사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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