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 오지 돕던’ MIT 출신 미국 조종사의 안타까운 죽음

한국일보 고찬유 특파원  기사입력 2020.05.14. 오후 2:03
인도네시아 파푸아 오지 마을을 오가며 봉사하다 추락사한 조이스 린씨의 생전 모습. 콤파스 캡처
미국 여성 조종사가 인도네시아 파푸아섬에서 추락 사고로 숨졌다. 그는 미국 명문대를 나온 뒤 청춘을
먼 이국의 오지에서 봉사하는 삶으로 꾸렸다.

14일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파푸아주(州) 주도 자야푸라의 센타니 공항에서 12일 오전 6시27분 이륙한 조이스 린(40)씨는 2분 후 추락했다. 수색대는 2시간여 뒤인 오전 8시30분 13m 깊이의 센터니 호수 바닥에서 비행기와 린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파푸아 오지 마을 학교에 전달할 책과 장비를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린씨는 미국 콜로라도주와 메릴랜드주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8세 때부터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일에 관심을 보였다. 매사추세스공과대(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항공에 대한 관심도 많아 대학 재학 시절 개인 조종사 자격증도 땄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 파푸아로 왔다. 파푸아는 인도네시아 최동단에 자리잡은 오지로 현지인도 들어가기 꺼려하는 곳이다. 원주민들이 사는 밀림엔 길이 뚫리지 않아 접근조차 어렵다. 린씨는 경비행기를 이용해 오지 마을에서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이나 환자들을 실어 나르고, 고립된 주민들에게 물자를 수송하는 일에 매진했다. 구호요원들과 교사, 선교사들을 수송하는 일도 맡았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오지에 정보통신기술(IT)을 전파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 오지 마을에 생필품을 전달하는 경비행기. 콤파스 캡처

그는 마지막 순간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세상과 연결되는 파푸아 오지 원주민들에겐 슬픈 소식이다.

자야푸라에서 거주하는 황미연(49) 파푸아한글학교 교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린씨를 생전에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라며 “파푸아엔 공식적으로 270개 종족이 있고 여전히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있는 밀림에 사는 종족이 많아 의료, 물품 공급, 교육, 이동 등 경비행기를 이용한 인도적 지원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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